**2016년도에 출간된 책의 전자책 버전입니다. 전자책에는 <강박증의 개요와 분류> <강박증 치료 원칙 7가지>가 부록에 새롭게 추가되어 있습니다. 강박증을 비롯한 모든 마음병 치료에 교과서와 같은 기본서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이미 자신에게 귀한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른 채 남의 집 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사람은 어리석다. 물론 자신이 가진 것을 과장하는 것은 경계해야할 일이지만, 자신이 가진 것에 어두운 것도 마땅히 조심해야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에 어두우며 자기의 그런 어두움마저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닐까?
이 책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동양의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의학에도 심리학이 있느냐?’ ‘동양에도 심리학이 있느냐?’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기신(精氣神)의 순서로 목차를 만든 『동의보감』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의학 고전들은 정신(精神) 즉, 마음을 병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한 뿌리로 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심지어 몸의 병을 다룰 때에도 ‘마음의 오르내림을 관찰하라(審七情之浮沈)’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동양(한의학)의 정신이 지금은 거의 사장(死藏)되어 있다시피 한 점이다. 이 책은 시간의 무덤 아래에 묻혀 있던 그것들을 발굴해서 현대의 언어로 풀어썼다.
불안증이 있는 사람은 불안할 일이 아닌데도 과도하게 불안을 느낀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우울할 일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우울을 느낀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유 없이 불안해요’ ‘이유 없이 우울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보지 못한 자신의 마음이 있다. 그들은 그것을 더 많이 불안할 일로 여겼고, 더 많이 우울할 일로 여겼다. 그렇게까지 불안해하고 우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더 크게 그럴 필요를 느낀다. 이것은 강박증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생각은 자신을 속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의식을 뺀 의식적인 부분만 생각으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과는 다른 생각이 무의식에 가득할지도 모르며,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 속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은 속일 수 없다. 감정은 의식과 무의식 모두로부터 신호를 받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율곡은 『성학집요』에서 ‘성의(誠意·생각의 진실함)’라는 말은 있지만 ‘성정(誠情·감정의 진실함)’이라는 말은 없다고 했다.
감정은 애초에 진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 없다. 감정은 언제나 진실하다. 상황에 처해서 순간순간 움직이며 순식간에 돌변하는 자신의 감정은 자기의 수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결국, 감정을 자신의 마음으로 보고 그들 통해 (무의식적인) 생각을 더듬어 보면 마음의 문제는 한결 쉽게 풀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의식이 의식으로 드러나며, 의식으로 드러난 자신의 치우친 생각들은 비로소 치유의 기회를 얻는다.
현재 불안이 느껴진다면 자신은 그것을 불안하게 여긴다는 뜻이며, 지금 우울이 느껴진다면 스스로는 그것을 우울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유 없이 불안해요.’ ‘이유 없이 우울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이유를 보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이유가 없을 수는 없다. 스스로 ‘이유가 없다’고 단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그런 믿음 때문에 불안과 우울의 원인을 보지 못한다.
책에는 이러한 것들을 설명하는 동양의 심리학이 그 이론과 함께 진료실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설명되어 있다. 마음병이 있는 분들에게는 마음병 치료의 단초가, 마음병이 없는 분들에게는 마음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동국대학교 한방병원 일반 수련의 수료 후, 제일한방병원(부산)에서 진료과장과 진료원장을 지냈다. 2006년 마음편한의원을 개원하고 현재까지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1998년 동국대학교 국선도 단전호흡 동아리에서 수련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정연호 원장이 마음을 연구하는 2가지 단서는 ‘명상’과 ‘고전’이다. 특히 동양고전은 마음의 이치를 설명한 ‘심리학(心理學)의 뿌리’라며 그것을 현대의 언어로 마음병 치료에 쓸 수 있게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마음분석』『아는데 안돼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강박증은 없다』『강박증 뒤집기』가 있다.
카페 『마음분석』 cafe.naver.com/lifeisocd